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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만들 때, 혹은 다른 장르의 문화 컨텐츠들도 마찬가지로 대중성을 염두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많은 작품들이 상업성을 더 우선시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야만 영화를 찍을 수 있고, 출판을 할 수 있고, 음반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앤디 워홀 말처럼 유명해지면 똥을 싸도 대단하다고 해주는 시대가 어느 정도의 '타협'은 불가피하게 받아들여야만 하는 숙명처럼 느껴질 정도다. 


간혹 대중성과 작품성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아 채는 작품이 한 해 한 두 개정도는 나온다. 완벽하게 균형추가 맞을 수는 없고, 대중성을 기반으로 작품성을 잡던가. 작품성을 기반으로 대중성을 잡던가의 방식을 취한다. 그게 아니라면 어, 이거 팔리네? 이런 우연이 아닐까 싶다. 







권상우와 성동일이 주연한 영화 탐정 더 비기닝은 대중성이 강조된 작품이다. 작품성은, 사실 찾기 어렵다. 그래도 딱히 빠지는 걸 찾으라면 연출, 카메라, 음악, 조명 뭐 하나 딱히 빠지는 것도 없다. 다만 예산을 그리 많이 쓴 영화가 아니라 중요한 부분에서의 세트나 연출이 좀 부실해 보인다는 게 흠이라면 흠이지만, 전반적으로 의외로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인지 영화는 손익분기점 180만을 훌쩍 넘어 260만 정도의 스코어를 기록했다. 추석 시즌 개봉하긴 했지만, 권상우와 성동일이 그리 티켓 파워가 있는 배우가 아니라는 점. 소재도 그리 신선한 느낌을 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탐정 더 비기닝의 선전을 조금 의외로 받아들여 졌다. 







탐정 더 비기닝은 재밌다. 권상우와 성동일이 꽤 괜찮은 케미를 보여준다. 성동일의 연기야 사실 어느 정도 인정된 바인데, 권상우는 이번 작품에서 괘나 털털한 모습을 보여준다. 멋 부리는 것도 없다. 그래서인지 동네 아저씨 연기를 하는 권상우에게서 그 시절 '실땅님'의 모습을 연상하기 쉽지 않았다. 연기를 편하게 한다는 느낌이랄까. 어쩌면 드라마에 맞춰진 성동일의 약간은 과장된 연기가 권상우의 능청스러움과 버무러져 꽤나 그럴 듯한 장면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주연을 맞은 두 배우는 물론 감독, 스텝들과도 분위기가 괜찮았는지 속편에 대한 이야기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뭐, 영화가 성공했는데 분위기가 나쁠 일이 있겠는가. 게다가 탐정 더 비기닝은 내년 2월 일본 전역에 개봉할 예정이다. 이 영화가 대박 흥행을 노리는 영화는 아니지만, 쪽박은 차지 않을 영화라는 생각이다. 튼튼하다면 튼튼한 대중성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에게 먹히는 유머 코드가 일본에서도 먹힐지가 흥행의 열쇠이긴 하지만 '못났다'라는 평을 들을 영화는 아니다. 일본에서 간혹 개봉하는 추리물이나 형사물보다는 오히려 컨셉 잘 잡힌 오락영화임에는 분명하다. 그런 소소함이 일본에서도 어필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볼 때는 그냥 생각 없이 재밌게 봤다란 느낌만 남았는데, 속편 얘길 들으니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1편 보다 좋은 속편은 없다란 속설이 딱 들어 맞을 것 같은 영화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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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리오는 칸을 비롯 여러 영화제에서 좋은 평을 받았다하여 조그마한 입소문을 타던 영화였다. 그리고 한국에도 개봉했다. 그 소문은 진짜였다. 이 영화는 진짜다.







시카리오는 멕시코의 후아레스라는 동네를 배경을 벌어지는 권력의 암투를 그리고 있다. 마약시장의 질서를 잡기 위해 현재 권력자를 제거하려는 계획을 세운 미정부. 이 작전에서 주연을 맡은 후아레스. 그리고 들러리를 서게 된 여주인공 케이티. 그들은 각 자의 입장을 위해 후아레스를 둘러싼 작전에 참여한다. 그리고 우리는 케이티의 시선을 통해 우리가 알지 못하는 '늑대의 세계'를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거기엔 법이 없다. 승자가 살아남는 양육강식의 세계다. FBI의 유능한 케이티는 목숨이왔다갔다 하는 현장에도 투입된 적 있는 요원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 빛의 세계였다. 총알이 자신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가는 것조차 빛의 세계인 것이다. 한 발만 잘 못 딛으면 그대로 죽는, 아니 가만히 있는 것만으로도 죽음을 맡이 하게 되는 음의 세계가 존재하고 있었다. 케이티는 그동안 자신이 살고 있는 빛의 세계의 질서와 정의가 곧 기준이었지만, 다른 세계에서 살고 있는 이들에게 그건 어린애 장난감에 불과했다. 










혼란이 연속되는 가운데 FBI에서 유능하다고 생각했던 케이티는 용병들 사이에서 초짜 취급을 받는다. 실제로 그녀와 그녀의 파트너는 초짜였다. 그들의 여유는 그녀가 도달할 수 없는 영역의 삶을 살고 있는 자들의 것이었고, 그녀는 가질 수 없는 것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일개 체스판 위의 말이 되어 버린 케이티. 감독은 히로인으로 거듭날 것이라 생각한 관객들의 기대를 모두 무시하고, 이게 바로 현실이라며 묵직한 영상을 보여준다. 








시카리오는 반복적으로 황량하고 건조한 멕시코의 사막을 보여준다. 그리고 후아레스는 멀리서 보았을 때 정적이어 보이지만 그 안에서는 이루 말할 수 없는 혼돈이 자리한 곳이다. 아무것도 없을 것만 같아 보이는 그 사막에서 빛의 세계를 조종하는 이들의 현실이 펼쳐져 있다. 정말 아무것도 없을 것만 같은 그곳에서, 그 황량함 속에서. 그곳에서 살아가고 있고 살아남는 이들은 있다. 









주요 캐릭터들은 모두 이중적인 면을 가지고 있다. 그걸 표현해내는 배우들의 솜씨가 노련하다. 관객들을 사로잡기에 전혀 손색이 없다. 그리고 가슴을 옥죄는 음악, 현장에서 바라보듯 시선과 장면을 이끄는 카메라의 워킹, 느린 듯 어느새 사건을 진행시키는 편집의 오묘함까지. 어디 하나 흠잡을데 없는 대단한 영화다. 시카리오는 2015년을 대표하는 영화에 당당히 이름을 올릴 자격을 갖춘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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