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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의 여왕 시즌2가 한다고 해서 시즌1을 몰아서 봤다. 초반 밀도 높은 추리와 컨셉을 잘 살린 캐릭터들의 활약에 만족했다. 시즌1 후반부로 갈수록 힘 빠지고 늘어지긴 했지만 평타는 된 것 같다. 추리의 여왕 시즌2는 시즌1에서 회수 못한 떡밥을 어떻게 회수할 건지, 또 어떤 추리 사건이 있을지 기대가 됐다. 하지만 시즌2 8화까지 봤을 때, 시즌제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전혀 다른 작품을 만들었다.


우선 시즌2는 시즌1보다 조연 캐릭터가 줄었다. 비중에서도 그렇고, 임팩트에서도 그렇다. 시즌1에서는 최강희 친구와 가정, 파출소, 경찰서, 권상우와 하앤정  등 구역이 잘 나뉘어 캐릭터가 제 역할을 잘 수행했다. 눈에 띄는 조연급도 있고, 서로 케미도 좋았다. 하지만 시즌2 8화까지는 최강희-권상우 투톱이다. 사실상 다른 조연급 캐릭터는 제역할이 없고, 눈요기거리 밖에 안 된다. 특히 경찰서 캐릭터들은 분위기 전환용으로 사용되고 있을 뿐이다. 영화도 아니고, 16부작 드라마에서 주연배우 둘이 그걸 다 이끌어 가기가 힘들다. 우경감도, 계팀장도, 케익집 사장님도 하는 일이 심하게 애매하다. 






시즌1에서부터 들었던 걱정은 현실이 됐다. 최강희와 권상우는 대놓고 로맨스를 한다. 시즌1 컨셉이 잘 살았던 건 최강희가 결혼을 했고, 가정생활을 잘 표현하며 혼란스러운 모습을 잘 포착했기 때문이다. 둘의 애매한 거리감이 입체적인 캐릭터를 만들고 생기를 불어넣었다면, 시즌2의 최강희와 권상우는 평면적이다. 티격태격하다가 함께 수사하고 사건해결. 그 외 다른 감정이나 행동은 없다. 시즌1에서는 신림동 택시기사 살인사건 등 큰 음모론을 뒤에 세워 캐릭터가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고 갈등하게 만들었지만, 지금은 내적, 외적 갈등이 없다. 심리묘사를 할 게 없으니 기계 같은 캐릭터가 만들어졌을 뿐. 


추리물, 스릴러 장르의 시즌제 드라마의 재미는 큰 떡밥을 어떻게 뿌리고 회수하느냐가 중요하다. 개별 에피소드의 해결 속에서 큰 음모론가 맞닿아 가는 것. 시즌1에서는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으나 작은 사건과 큰 사건을 어쨌든 연결시켜 나간다. 하지만 추리의 여왕 시즌2에서는 기대를 모았던 음모론이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다. 도대체 서현수는 어디갔습니까. 뭔가 있을 것처럼 앞에 존재를 드러내더니 또 완전 사라지고, 정체모를 케익집 사장님을 등장시켰다. 뭐가 있어보이긴 하지만 시즌1에서 제기됐던 음모와 어떤 연관성이 있을지 감도 잡을 수 없다. 어떤 실마리도 제시하지 않기 때문이다. 벌써 절반이 지났는데 떡밥 회수는 어떻게 하려고 이러는지. 






추리의 여왕 시즌1에서 가장 돋보였던 사건은 단연 '주부 살인사건'이다. 잘 짜인 단서와 범인의 혼선은 추리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후 에피소드들은 사실 그에 비치지 못한다. 추리물이 꼭 반전, 트릭이 필요한 건 아니다. 어떻게 숨겨진 단서를 해석하고 조합해 '결말'에 이르느냐가 중요하니까. 추리의 여왕 시즌2에서의 사건들은 마치 일본 사회파 추리 소설처럼 추리 자체보다는 사건이 암시하는 사회적 메시지에 주목한다. 사실 시즌2는 추리물이 아니라 수사물이라고 생각한다.


시즌1에서 최강희의 관찰력은 꽤 쏠쏠한 재미를 줬는데, 시즌2에서의 관찰력은 그리 뛰어나보이지 않는다. 권상우와 함께 모을 수 있는 증거를 모아 조합가능한 수준에서 범인을 추리하고, 체포로 귀결된다. 수집한 증거라는 게 최강희가 없어도 권상우 혼자 가능할 정도의 증거 수준이다. 사건의 수준이 하향평준화되다 보니 권상우는 더 생각없는 캐릭터로 그려진다. 부족한 추리의 틈은 무엇으로 메우고 있느냐, 권상우의 액션이다. 결국 범인을 잡는 건 끈기 있는 증거 수집과 탐문, 범인을 때려 잡는 경찰의 호쾌한 액션이다. 






시즌1만큼의 각본이 준비되진 않았을 것이다. 시즌1은 이전부터 준비된 것일 테니까. 추리의 여왕 시즌2는 추리사건을 만든 게 아니라 시나리오 준비할 때 조사 및 취재한 내용을 열거하는 수준에 불과하단 생각이 든다. 게다가 연출이 바뀌면서 본래의 컨셉도 실종됐다. 시청률도 반토막, 시즌3는 없겠거니. 충분한 시간과 자본이 투자됐다면 더 좋은 시즌물을 만들 수 있었을 텐데, 그저 명성만 소비한 셈이 됐다. 


9화에서는 본격 추리물스러운 사건을 해결한다. 사건을 조합하는 과정까지는 좀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지만, 기대가 된다. '기숙사 밀실살인사건'이 추리의 여왕 시즌2의 기점이 된다해도 과언이 아닐 테다. 여기서 또 흐지부지 넘어가면 안 그래도 없는 후반부에 대한 기대가 아예 사라질 것 같다. 사건의 반전이 아닌 드라마의 반전이 일어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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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추리의 여왕 시즌2가 바영되고 있다. 지상파에서, 심지어 KBS에서 시즌제 수목극을 제작하다니 세상이 많이 변했다. 좋아하는 장르라 예전에 잠시 볼까 생각하고 잊고 있다가 시즌2 시작한단 이야길 듣고 시즌1을 몰아서 봤다. 좋은 점도 있었지만, 한계도 있었다. 


케이블에서 본격 추리물은 더 이상 신선하지 않은 장르다. 하드보이드 19금 스타일의 작품도 많고, 시그널처럼 기념비적인 작품성을 가진 작품도 만들었다. 사실 이미 케이블이 지상파 드라마보다 재밌고 퀄리티도 높다. 유연한 제작환경과 표현 수위가 다르기 때문이겠으나 지상파의 감각은 케이블을 따라가지 못한다. 자상파 드라마를 케이블 드라마와 직접 비교하는 건 무리일 수도 있겠으나 시청자 입장에서 둘을 구분하는 건 무의미하다. TV든 인터넷이든 두 곳의 드라마를 시청하는 데 아무런 차이점이 없기 때문이다. 


추리의 여왕 시즌1의 굵직굵직한 사건들은 디테일이 살아 있었다. 최강희의 입을 통해 증거를 찾고 추론해가는 과정이 잘 준비돼 있었다. 경찰역의 권상우가 행동파로 범인을 검거하며 경찰행정에 대한 디테일도 약간 추가했다. 드라마는 추리라는 말보다 프로파일링이란 단어를 사용했지만 제목처럼 여주인공의 추리력을 감상하는 게 가장 큰 재미요소였다. 





추리의 여왕 시즌1은 코믹스릴러라는 표현이 어울릴 법하다. 가정에 얽매인 주부 탐정이란 소재도 신선했고, 가정 이야기도 잘 풀어냈다. 코믹한 캐릭터와 중간중간 배치된 개그는 극 분위기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였다. 무거운 사건을 무겁지 않게 다루기 위해, 안방드라마로 다가가기 위해 기존 지상파 드라마의 톤을 추리물에 입혔던 것이다. 최강희가 캐릭터를 잘 소화해 극 전반에 코미디가 잘 배어들었으나 코미디 요소가 일반 드라마와 차별성을 없애는 식상함으로 작용했다. 대중성을 가졌으나 장르물 특성을 약화시킨 요소였던 것.


특히 문제는 그놈의 고질병, 러브라인이다. 최강희와 권상우의 관계는 너무 예측가능하게 흘러갔고, 극중 대사도 예상가능한 수준의 것들로 채워졌다. 이는 캐릭터들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후반부로 갈수록 더 두드러졌다. 아마 추리의 여왕 시즌1을 기획하며 시즌2까지는 하자고 기획했던 거 같은데, 인기가 없었다면 시즌1 완결에 권상우와 최강희가 결혼하며 드라마가 끝났을지도 모른다. 추리의 여왕 시즌2 이야기를 하며 로맨틱 코미디 연출에 대해 더 다루겠지만, 지상파는 식상한 러브라인이 그래도 대중에게 안정적으로 먹힌다는 안일함을 버리지 않으면 발전이 없을 것이다. 


다 보고 찾아봐서 알았지만 추리의 여왕은 경력 작가 대상으로 한 극본 공모에 당선된 작품이라고 한다. 디테일하게 짠 사건에 '대중성'을 입히지 않았다면 지상파 극본 공모에 뽑히지 않았겠지. 여전히 똑같을지 모르겠는데, 작가는 외부 드라마 작가를 쓰지만 가장 중요한 연출과 카메라 감독은 본사 직원을 쓴다. 나머지는 전부 외주. 핵심 인력 방송국 정직원 5~6명을 제외하면 여기저기서 모인 외주 제작사 사람이다. 16부작이었던 추리의 여왕 시즌1은 타이트하게 연출했다면 큰 사건 하나 정도 더 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다. 추리를 전개할 때 속도감은 어느 정도 있지만, 범인의 윤곽이 거의 드러나는 시점부터 다음 사건을 넘어 가는 텀이 너무나도 길었다. 연출이 아주 루즈한 것. 최근 트렌드를 전혀 따라가지 못한다.     





KBS 드라마국 내 연출이 할 수 있는 것의 제약이 심하긴 할 것이지만, 이른바 바깥에서 다양한 스타일을 시도하는 연출과는 차이가 날 수밖에. 나름 과감하게 잡는 카메라 앵글도 참 식상하기는 마찬가지. 쌍팔년도를 생각나게 하는 빨간불 파란불은 정말 아니지 않나. 물론 의도로 했겠지만. 드라마의 밀도가 떨어지는 후반부로 갈수록 연출, 카메라, 조명의 촌스러움이 두드러졌고 좀 심하단 생각이 들었다. 뒤로 갈수록 연기력도 힘이 좀 빠져 보였다, 완전 사전 제작이 아닌 드라마의 어쩔 수 없는 운명이었겠거니.


권상우와 최강희를 둘러싼 캐릭터들의 개성이 잘 잡혀 보는 재미가 있었으나 중요 악역으로 등장한 장도장 양익준은 처음부터 끝까지 잔뜩 폼만 잡다가 뜬금없이 죽는다. 시즌1에서 해결 안 된 떡밥만 생각하면 시즌2, 시즌3 그 이상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전반적으로 쓸데없는 부분에 힘 빼고 용두사미 연출이었으나 최강희의 눈부신 귀여움과 추리사건 자체의 디테일 때문에 평타 정도는 했던 드라마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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