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최근 추리의 여왕 시즌2가 바영되고 있다. 지상파에서, 심지어 KBS에서 시즌제 수목극을 제작하다니 세상이 많이 변했다. 좋아하는 장르라 예전에 잠시 볼까 생각하고 잊고 있다가 시즌2 시작한단 이야길 듣고 시즌1을 몰아서 봤다. 좋은 점도 있었지만, 한계도 있었다. 


케이블에서 본격 추리물은 더 이상 신선하지 않은 장르다. 하드보이드 19금 스타일의 작품도 많고, 시그널처럼 기념비적인 작품성을 가진 작품도 만들었다. 사실 이미 케이블이 지상파 드라마보다 재밌고 퀄리티도 높다. 유연한 제작환경과 표현 수위가 다르기 때문이겠으나 지상파의 감각은 케이블을 따라가지 못한다. 자상파 드라마를 케이블 드라마와 직접 비교하는 건 무리일 수도 있겠으나 시청자 입장에서 둘을 구분하는 건 무의미하다. TV든 인터넷이든 두 곳의 드라마를 시청하는 데 아무런 차이점이 없기 때문이다. 


추리의 여왕 시즌1의 굵직굵직한 사건들은 디테일이 살아 있었다. 최강희의 입을 통해 증거를 찾고 추론해가는 과정이 잘 준비돼 있었다. 경찰역의 권상우가 행동파로 범인을 검거하며 경찰행정에 대한 디테일도 약간 추가했다. 드라마는 추리라는 말보다 프로파일링이란 단어를 사용했지만 제목처럼 여주인공의 추리력을 감상하는 게 가장 큰 재미요소였다. 





추리의 여왕 시즌1은 코믹스릴러라는 표현이 어울릴 법하다. 가정에 얽매인 주부 탐정이란 소재도 신선했고, 가정 이야기도 잘 풀어냈다. 코믹한 캐릭터와 중간중간 배치된 개그는 극 분위기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였다. 무거운 사건을 무겁지 않게 다루기 위해, 안방드라마로 다가가기 위해 기존 지상파 드라마의 톤을 추리물에 입혔던 것이다. 최강희가 캐릭터를 잘 소화해 극 전반에 코미디가 잘 배어들었으나 코미디 요소가 일반 드라마와 차별성을 없애는 식상함으로 작용했다. 대중성을 가졌으나 장르물 특성을 약화시킨 요소였던 것.


특히 문제는 그놈의 고질병, 러브라인이다. 최강희와 권상우의 관계는 너무 예측가능하게 흘러갔고, 극중 대사도 예상가능한 수준의 것들로 채워졌다. 이는 캐릭터들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후반부로 갈수록 더 두드러졌다. 아마 추리의 여왕 시즌1을 기획하며 시즌2까지는 하자고 기획했던 거 같은데, 인기가 없었다면 시즌1 완결에 권상우와 최강희가 결혼하며 드라마가 끝났을지도 모른다. 추리의 여왕 시즌2 이야기를 하며 로맨틱 코미디 연출에 대해 더 다루겠지만, 지상파는 식상한 러브라인이 그래도 대중에게 안정적으로 먹힌다는 안일함을 버리지 않으면 발전이 없을 것이다. 


다 보고 찾아봐서 알았지만 추리의 여왕은 경력 작가 대상으로 한 극본 공모에 당선된 작품이라고 한다. 디테일하게 짠 사건에 '대중성'을 입히지 않았다면 지상파 극본 공모에 뽑히지 않았겠지. 여전히 똑같을지 모르겠는데, 작가는 외부 드라마 작가를 쓰지만 가장 중요한 연출과 카메라 감독은 본사 직원을 쓴다. 나머지는 전부 외주. 핵심 인력 방송국 정직원 5~6명을 제외하면 여기저기서 모인 외주 제작사 사람이다. 16부작이었던 추리의 여왕 시즌1은 타이트하게 연출했다면 큰 사건 하나 정도 더 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다. 추리를 전개할 때 속도감은 어느 정도 있지만, 범인의 윤곽이 거의 드러나는 시점부터 다음 사건을 넘어 가는 텀이 너무나도 길었다. 연출이 아주 루즈한 것. 최근 트렌드를 전혀 따라가지 못한다.     





KBS 드라마국 내 연출이 할 수 있는 것의 제약이 심하긴 할 것이지만, 이른바 바깥에서 다양한 스타일을 시도하는 연출과는 차이가 날 수밖에. 나름 과감하게 잡는 카메라 앵글도 참 식상하기는 마찬가지. 쌍팔년도를 생각나게 하는 빨간불 파란불은 정말 아니지 않나. 물론 의도로 했겠지만. 드라마의 밀도가 떨어지는 후반부로 갈수록 연출, 카메라, 조명의 촌스러움이 두드러졌고 좀 심하단 생각이 들었다. 뒤로 갈수록 연기력도 힘이 좀 빠져 보였다, 완전 사전 제작이 아닌 드라마의 어쩔 수 없는 운명이었겠거니.


권상우와 최강희를 둘러싼 캐릭터들의 개성이 잘 잡혀 보는 재미가 있었으나 중요 악역으로 등장한 장도장 양익준은 처음부터 끝까지 잔뜩 폼만 잡다가 뜬금없이 죽는다. 시즌1에서 해결 안 된 떡밥만 생각하면 시즌2, 시즌3 그 이상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전반적으로 쓸데없는 부분에 힘 빼고 용두사미 연출이었으나 최강희의 눈부신 귀여움과 추리사건 자체의 디테일 때문에 평타 정도는 했던 드라마라고 본다.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