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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나는 수능을 보지 않았다. 수능을 보았던 게 언제인지. 수능을 위해 그 많은 시간을 인내하고 갈고 닦다가 단 하루만에 끝나 버린 대축제. 수능이 끝났을 때 느껴지던 허무함이란 참 대단했다. 아주 즐겁지도 않았고 그냥 뭔가 일 하나가 끝났다는 기분이었다. 물론 잘 보지 못했다는 찜찜함이 마음 한 켠에 자리잡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내가 재수를 할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그 지옥 같은 일을 1년 더 할 수 없었으니까. 점수가 안나오면 그냥 전문대 어디나 가야지 싶었다. 그리 생각하니 마음이 좀 편하긴 했다. 기분이 좋아진 건 아니었고. 고3 내내 성적이 거의 오르지 않았다 모의고사 성적은 항상 고만고만했고 딱히 대박 칠 수 있을 거 같은 기분도 들지 않았었다. 그래도 생각했던 것 보다는 성적이 잘 나와서 다행이었지.








수능이 끝나면 할인 행사가 많다는데 그때 난 아무것도 안 했던 거 같다. 원채 집만 알고 살아서 뭘 해야할지 몰랐으니까. 자유란 게 주워져도 뭘 해야 할지 몰랐다. 자유란 게 뭔지도 몰랐고. 그래서 대학에 가서 주구장창 술을 먹다 지겨워져서 군대로 가버렸다. 수능 따윈 그냥 잊어버렸다. 대학엔 어짜피 고만고만한 성적의 아이들이 목표도 없이 모인 터라 수능 따윈 주제가 아니었으니까.  








정말 처절한 경쟁이지 않을 수 없다. 19살 밖에 되지 않은 학생들이 단 하루 전국 같은 시간에 인생을 걸고 생사결단을 내다니. 그 결투에서 쳐진 아이들은 1년이란 시간을 다시 투자해야만 했다. 최근엔 수능을 위해 기숙학원에서 감옥 같은 생활을 견뎌내는 아이들도 늘어났다. 그리고 그걸 종용하는 부모들도 아주 많아졌다. 







수능도 몇 차례 바뀌어서 어떤 방식으로 수능을 보는지도 모르겠다. 다시 돌아가면 수능을 지금보다 잘 볼 수 있을까. 아마 수능을 보지 않을 방법을 먼저 생각할 것만 같다. 수능을 보지 않고, 대학도 가지 않고 뭐 그런 삶이거나. 수능을 통하지 않고 대학을 갈 수 있는 특기를 갇거나 그래야지.








오늘 수능을 본 아이들은 이제 멸 달 간 해방될 수 있다. 그리고 다시 시작되겠지. 또 다시 경쟁과 학교라는 굴레 속에서 시달리겠지. 그리고 수능과 같은 일을 또 몇 번 겪고 말테다. 슬프지만 수능이 끝나도 매번 뭔가 얻어지는 건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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