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적이 있다. 이 시대 청춘들의 아픈 마음을 달래준다며 너도나도 그 책을 보고 마음의 평화를 얻었더랬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난 지금 최고의 조롱거리 중 하나가 됐다. 작가이자 배우이자 코미디언인 유병재의 핵심 패러디. 아프면 환자지 X새끼야!








하지만 김난도는 여전히 잘 먹고 잘 산다. 그는 어짜피 서울대 교수이며, 이후 낸 책들도 꽤 잘 팔렸다. 그의 지위를 감히 누가 도전할 수 있겠는가.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핵심은 지금은 인내하라, 그러면 미래가 있다라는 메시지다. 지금은 힘들지라도 돌아보면 그게 다 추억이다 뭐 그런 소리 아니겠는가. 청춘들이 이런 소리에 위로를 받는 건 주변에 아무도 위로를 해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뭔가 하라고 부추기지도 않고, 잘 하고 있다며 응원해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꼰대라 불리워도 어쩔 수 없는 것이 있으니, 시간이 지나면 그 시간을 걷기 전의 모습을 되돌아 보게 되고, 또 그런 시선을 타인에게 대입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사람은 말을 해야 한다,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말하려 한다. 그런데 그 말하기의 방식에 따라 김난도는 책을 엄청 팔아 제끼고, 누군가는 꼰대라며 호박씨를 까이게 된다. 아니, 대놓고 욕하는 분위기이니까. 








내가 본 바로 자신의 지나간 경험에 비추어 청춘들에게 한 마디하는 사람 중 가장 세련된 이는 헤르만 헤세이다. 그의 책 데미안이 그렇다. 사실 이 책은 좀 난해할 수 있다. 깊은 고독을 외로움으로 착각해 가볍게 읽어 버리면 사실 데미안은 데미안이라고 부르기 좀 그렇지만, 청춘들은 고독과 외로움의 차이를 알지 못한 채 어쨌든 고전이라는 데미안을 읽어 낸다. 그리고 아주 간결한 메시지를 남긴다. 알을 깨라.








알이 무엇인지 말하고 있진 않지만,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라는 말로 들린다. 할 수 있다는 것, 네 안에 무엇인가 있다는 걸 아주 세련되고 멋지게 언급하고 있다. 스스로 음미하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그것. 아프니까 청춘이다와 다른 점은 외적인 시선, 사회적인 기준에 부합해야 한다는 대전제 속에서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김난도와. 그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영혼을 지녔다라고 말하는 헤르만 헤세의 메시지는 격을 달리 한다. 김난도의 충고는 오히려 우리의 가능성을 닫게 만들고 만다. 데미안이 다루는 고독이 아니라 낯 간지러운 외로움이란 감정을 살살 긁어 책을 팔아 먹는 것이다. 








사회적 지위를 획득하는 게 알을 깨는 게 아니다. 데미안의 핵심은 내 안에 자리한 틀을 깨라는 것이며, 고독을 감내하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건 인간의 존재에 대한 진지한 접근에 대한 이야기다. 책팔이의 어설픈 충고 따윈 빗댈 수 없는 것이다. 



반응형
반응형





유승호가 제대한 뒤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젖살이 다빠져서 그런가 그는 점점 더 성숙한 이미지를 뽐내며 원빈의 후계자로 자리매김할 기세를 나타내고 있다. 유승호가 원빈보다 나은 점은 연기를 훨씬 잘 한다는 점. 원빈은 사실 연기를 잘 못한다. 욕심은 있는 거 같은데. 입을 다물고 있을 때가 더 멋 있으니 배우로서 이걸 어찌하란 말인가란 말인가. 








유승호에 대한 기억은 <집으로>부터 시작된다. 할머니에게 떼 쓰는 밉상 꼬마 아이는 진짜 얄밉게 연기를 잘 했다. 그리고 귀여웠다. 그 나이대에 아이들이 뽐낼 수 있는 매력을 알고 있다는 듯,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천진난만한 그의 웃음에 미소 짓지 않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 유승호의 매력적인 눈 웃음은 여전하다. 그 대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젠 귀엽지 않고 잘 생겼다는 점. 그것도 과하게 잘 생겼다는 점이다. 








아역 시절부터 빼어난 연기력을 선보였던 그는 언제나 손꼽히는 차기 정상급 남자배우였다. 제대 후 드라마와 영화의 주연 자릴 귀차며 자신의 존재감을 여실히 뽐내고 있다. 유승호에 대한 미담도 넘쳐나니 신이시여, 어찌 이 남자는 모든 걸 다 가지고 태어났단 말입니까, 란 불평불만을 하고 싶은 정도다. 그런데 한 가지 흠이라면 작품을 선택하는 눈이 별로 없다는 점?







그의 행보는 유아인과 확실하게 차별된다. 유승호는 아역시절부터 주목을 받아 온 배우로 사람들에게 낯설지 않은 캐릭터다. 유아인 역시 영화판에서는 잔뼈가 굵은 인물로서 그렇게 두각을 보이지 못하다 올해 드디어 그동안 쌓인 내공을 뽐내며 한 방에 중심부에 우뚝 섰다. 유아인은 과감할 정도로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섭렵해온 반면, 유승호는 비교적 안정적인 드라마 위주의 활동을 해왔다. 광기를 내보일 일도, 인간으로서 완벽하게 무너질 일도 없는, 대중적인 면이 다분히 가미된 작품들에 출연해 대중적인 연기를 해온 것이다. 







물론 손현주처럼 그냥 드라마에 출연하는 조연인 줄만 알았던 사람이 그동안 어마어마한 실력을 갈고 닦은 예가 아주 많다. 연기경력은 폼으로 쌓이는 게 아니긴 하다. 유승호의 연기 역시 띡히 흠잡을 데가 없다. 하지만 그의 작품 선택은 대중성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는 게 눈에 보인다. 물론 대중성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완성도를 담보해야 한다. 하지만 한계는 명확하다. 진짜 지독함이 없다. 대중들이 공감할 수 있는 수준의, 받아 들일 수 있는 수준의, 불편해하지 않을 정도 수준의 작품들.







유승호는 원한다면 도전할 수 있는 자리에 섰다. 아마도 조선마술사는 크게 흥행하지 못할 텐데, 상상고양이는 이미 망작됐고. 리멤버는 변호사 작가의 작품이니 어느 정도 기대는 하겠지만 지상파의 한계가 명확하니. 다음 선택은 스크린에서 소름끼치는 연기를 보여줬으면 한다.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