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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0514.


  


유명한 책인데 이제사 읽어 봤다. 고전이 될만한데 나에게는 그렇게 와닿진 않았다. 애초에 깊이를 논하기 위해 쓴 책도 아니니까.


주인공 요조는 태어날 때부터 요즘 말로 소시오패스 쯤 되는 인간이다. 타인과 전혀 감정적 공유를 못한다. 그래서 사람들의 행동도 이해하지 못하고, 표정이나 어투의 맥락들도 이상하게만 보일 뿐이다. 그렇다고 또 대담한 것도 아니라 자신을 숨기기 위해, 타인들과 다름 없는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끊임없이 연기하다 파멸에 이른다. 


지난 번 읽었던 <모래의 여자>와 맥이 닿는 부분은, '소외'란 키워드 정도 될 것 같다. 아웃사이더적 정신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마 그 시기 일본이 현대화 되며 발생했던 인간 간의 거리와 소외, 추상화가 작가들에게 적잖은 영향을 준 듯하다. 주인공 요조만큼 극단적이지 않지만, 자신을 억누르고 사회적 자아를 만들어 살아야 하는 요즘 사람들에게 충분히 어필할만한 책이다. 


그리고 내가 보기에 주인공은 참 쓰레기인데, 다른 사람들은 안타깝다고들 한다. 스스로 명확히 인지는 못하는 것 같은데, 내가 느끼기에는 자기 연민이다.  





  ▲ 에곤 쉴레, 겨울버찌와 자화상



이건 보면서 묘사나 서술이 꽤 생생했는데, 연혁이나 해설을 좀 참고하니 다자이 오사무의 자전적 소설에 가깝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번역한 김춘미씨가 해설서처럼 뒤에 써놓은 말 중 '자전적 소설이지만 다자이 오사무는 허풍이 심해서 걸러 봐야한다'라고 하던데, 좀 그렇긴 한 거 같다.... 근데 잘 분리는 안 되더라. 


민음사 버전 인간실격 표지에는 에곤 쉴레의 그림이 실려 있다. 에곤 쉴레는 28살에 자살했는데, 그 때 그렇게 사창가에 지내며 영감을 받아 작업하던 작가들이 있다. 다자이 오사무도 나름 방탕한 생활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자살했다.


주인공 요조가 그렇게 혼자 되는 것에 대해 공감 못한 다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차라리 너무 잘 이해된다..... 그래서 그렇게 타락하고 파멸하는 걸 이해해주고 싶지 않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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