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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을 기점으로 적극적 대화 자세를 보인 북한과 4월말 판문점(평화의 집)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열기로 합의했다. 남북정상회담은 평양에서만 열렸는 데, 북측이 남한으로 넘어오는 건 처음 있는 일이다. 과거 북측에서 남한으로 넘어올까 서울, 제주도 등등 여러 장소를 물색했다는 데 무산됐다고 한다. 철저하게 통제되는 장소가 아니면 북측이 넘어오기 어렵긴 하니까.


코리안 패싱이니 무력응징이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대북 관계가 급격히 호전됐다. 압박을 이어가면서도 대화창을 열어 놓은 투트랙 전략이 성공적이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앞으로 북미간 대화가 있어야 정세가 더욱 안정될 테지만, 한국 주도로 북한이 비핵화 의지 밝힌 것만으로도 한반도 운전자론이 성과를 거둔 셈이다. 이를 아니꼽게 바라본 수많은 사람들이 물먹어 참으로 기쁘게 생각한다. 


통일이 뭐가 필요 있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늘었고, 내 나이 때 사람들에게도 통일은 추상적인 사건으로 다가온다. 어릴 때만 해도 통일 포스터를 꼭 그리곤 했는데 나이들면서 통일을 집적 접할 기회는 없었다. 예전 고등학교 때였나, 통일을 주제로 학내 글쓰기 대회가 열렸던 거 같은데 당시에도 앞도적으로 통일을 해야 한단 의견이 많았다. 그건 너무도 당연한 일이니까. 나름 튀어보겠다는 똑똑한 애들 몇 명은 기계적으로 통일 반대 주장을 했는데 지금이나 예나 이유는 통일 비용 탓이다. 


나이가 들며 경제에, 사실은 내 주머니 사정에 크게 민감해지면서 언제 올지도 모를 통일 비용을 걱정하는 사람이 늘었다. 내 세금을 왜 거기다 써 나한테나 쓰지, 뭐 이런 거. 돈이야 많이 들겠으나 세계 10위권 경제 규모 국가인데 통일한다고 국가 부도 사태라도 올까봐 걱정하는 건가. 세금은 국가 사업하라고 내는 건데 나한테 안 쓴다고 왜 짜증내는지. 그 세금 안 쓰고 내 세금 걷는 걸 적게 해주길 바라는 것도 이상한 일. 인권의 인자도, 기부의 기자도 모르는 사람이 약자한테 세금을 더 써야 된다고 말하는 위선은 정말 꼴불견이다. 





지금의 정치적 갈등, 지역갈등은 북한 중심 아젠다가 주요하게 작용한다. 상처로 남은 근현대사의 역사적 사건들도 그랬고. 북한과의 교류가 활발해지면 갈등과 차별이 당장은 심해지고 정치적으로 악용되겠으나 장기적으로 근본 원인을 해결하는 처방이다. 우리나라 외국인혐오, 인종차별과 계급차별이 심하다. 북한과 북한사람을 보고 어떻게 대할지 끔찍하지만 한 번은 겪어야 될 일이다. 자칭 보수정당이 벌일 행태는 상상하기도 싫다, 뭐 그 때까지 온전히 남아 있을 때 얘기지만. 남북 둘 사이의 관계가 강하게 결속되어야 주변 강대국으로부터도 독립할 수 있다. 지금처럼 미국과 주변 강대국에 방북 결과를 보고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나라 말이다. 통일은 끝이 아니다, 더 성숙한 민주주의로 나가는 하나의 통과 지점일 뿐이다. 


완벽하게 한 나라가 되는 건 가능할까 싶기도 하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일이다. 통일 시나리오는 이미 충분히 준비돼 있을 것이다. 단계단계 밟아 나가면 된다. 막힌 개성공단도 다시 열고, 금강산도 가고, 문화 교류도 해야 한다. 민간 차원의 교류가 활발해져야 사이가 더 가까워진다. 그렇게 번 외화가 핵개발에 쓰일 게 우려된다면 핵이 필요 없을 만큼 남북이 더 가까워지면 된다. 썰전 박형준은 북한 얘기만 나오면 항상 답이 없다로 토론을 끝내는데 그래서 전쟁하자는 거냐고 물으면 그건 또 아니라고 하고. 겉으로 평화를 얘기하며 전쟁 그까짓 거 하면 그만이지란 생각을 가진 표리부동한 자들이야 말로 통일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남과 북이 가까워지는 게 결국 모든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내 통장에 10만원, 100만원 더 안 꽂혀도 되니 지금보다 더 유연하고 부드럽고 안정된 민주주의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통일 비용은 전 국민이 부담하게 될 것이다, 그 돈을 내고 안과 바깥의 평온을 산다면 그리 비싼 값은 아니다. 큰 매듭을 풀면 나머지 매듭도 풀어나가기 한결 수월해질 테고. 뭐 예가 이상하긴 했다, 내 통장에 10만원 100만원 더 꽂힐 일이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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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길처럼 일어나는 미투에 새롭게 밝혀진 사실이 무엇인지, 또 어느 분야에서 폭로가 이어지는지 따라가기도 어렵다. 시간이 많이 지난 일들, 증거를 찾기 어려운 일들은 법적인 처벌을 받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때가 되면 미투를 불쾌하게 바라보던 사람들은 그것 봐라 다 거짓말이지 않느냐라고 말할 테다. 남궁연 같은 경우는 그런 일이 없다며 강경대응하고 있다. 법적 효력을 갖는 증거가 전혀 없다면 처벌 받지 않을 수도 있다. 그걸 알고 당당하겠지만. 여러 명의 입에서 드러난 그의 행각은, 드러나지 않은 피해자들까지 감안한다면,  사회적으로 용서 받기 어려울 것이다.


운좋게 서지현 검사의 JTBC 인터뷰를 라이브로 봤다. 라이브로 잘 보지 않는데 어쩜 그날 그 인터뷰를 라이브로 봤을까. 서지현 검사는 인터뷰내내 긴장하고 떨었다. 보는 나도 그 대단한 폭로에 조금 떨렸다. 인터뷰 부분부분을 수차례 다시 봤다. 우리 사회에서 굉장히 중요한 인터뷰가 될 것이다란 생각은 했지만 그 폭발력이 이렇게 강할 줄 몰랐다. 서검사의 인터뷰는 트리거에 불과했던 것이겠지. 이전부터 이슈가 된 페미니즘의 주요 아젠다는 사회적 차별이었다. 한국사회의 많은 남성은 여성에 대한 사회적 차별을 추상적 사건으로 받아들였고, 페미니즘을 조롱했다. 여성의 사회적 차별 그 이면에는 이미 성폭력 문제가 기초 되어 있었다. 서검사의 입을 통해 말할 수 없던 분노가 물꼬를 터 새어 나왔고, 여성들이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을 시작했다. 부정할 수 없는 사건 앞에서 남자들은 입을 다물거나 응원할 수밖에 없게 됐다. 


서검사의 일은 여성이 남성에게 당한 성추행이다. 사건의 본질을 덮고 있던 건 검사 조직내 남성중심적이며, 수직적 권력 구조였다. 무려 8년 동안이나 한 검사는 자신이 당한 부당한 일에 침묵해야만 했다. 사건을 폭로하는 시기가 어느 때라도 상관 없이 밝혀져야 할 일이지만, 지금 서검사가 용기내 말할 수 있는 건 바뀐 사회 분위기 때문일 것이다. 새롭게 들어선 정부의 영향으로 검사 조직 내에도 변화가 감지 됐을 테고, 서검사의 폭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리라 짐작한다. 





문화라고 해야 맞는 말이지만 너무 상위개념의 단어라 '분위기'라고 표현하는 그것. 소통, 수평적, 인권, 정의 등등 수많은 단어들이 수식어로 떠오르지만 무엇도 명확하게 설명하기 어려운 사회적 '분위기'. 문정부는 검사 권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혹은 변화시키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며 새로운 분위기를 조성했다. 잘못된 것을 잘못된 것이라 말하지 못했던 걸 말할 수 있게 만든 분위기. 지난 정부, 지지난 정부에서 벌였던 잘못된 일을 들춰내며 말할 수 없던 걸 말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 효과는 사회 곳곳으로 퍼져나가고 있음이다. 


누가 이재용이 감옥에 들어갈 거라 상상했을까. 삼성이 이처럼 구설수에 오를 것이라고 감히 상상하기 어려웠다. 실체의 일부가 드러난 것일 테지만 한국은 '삼성공화국'이란 표현이 어색하지 않은 나라다. 2심의 판결은 역시 한계가 있나란 실망을 느끼게 했지만 2심까지 가는 과정은 삼성이 쌓아 올린 아성을 흔들기에 충분했다(이건희의 성매매 동영상도 중요한 사건). 이재용이 감옥에 들어가기 전 대통령이라는 최고 권력자에게 시시비비를 물었고, 암막에 가려진 비선실세와 법정에 세웠다.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말할 수 있었다. 추상적인 표현에 답답했던 사건이 날 것으로 사람들 앞에 나타난 것이다. 


탄핵을 때 많은 사람들이 떨림을 느꼈을 것이다. 그 순간의 변화도 컸지만, 1년이 지나 이제 우리는 진짜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몇 달간 언론의 단골 소재였던 MB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 통보 받았다. 많은 사람들이 속으로만 끓였던 일이 현실이 됐다. MB에 대해 굳게 입다물던 이들이 말하기 시작하며 날 것이 드러나길 고대한다. 


미투에 차기 대권주자 안희정이 날라가고, 고은, 박재동, 김기덕이 날라가도 괜찮다. 미투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말하지 못했던 걸 폭로하는 나날이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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