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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으로 안희정은 공직에 나서기 어렵게 됐다. 잠적 후 생활인으로 살겠지만 언젠가 '정치'를 하기 위해 돌아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을 법하다. 안희정은 젊고 참신한 이미지였는데, 추악한 사건이 터져 그동안 쌓아둔 이미지가 악재로 작용했다. 영원히 따라다닐 꼬리표가 생겼고, 알 수 없으나 짐작으로 가정생활도 순탄치만은 않으리라.


김어준은 거듭 입장을 밝혔다. 미투는 지지한다, 다만 이를 정치적으로 악용할 우려가 있고 그런 움직임이 있기 때문에 말한다고. 나도 의아하게 여겼던 건 이윤택이 정부 지원금을 얼마 받았네 캠프에서 뭐했네 고은은 또 뭐 문과 무슨무슨 관계네 쓰잘데기 없는 댓글들이 네이버에 달리는 현상이었다. 최근 '미투'를 바라보면서 사건들을 그렇게 연결시키는 건 무리한 시도였고 상식적이지도 않은 일이었다. 특히 알바류 댓글 특유의 비아냥거림에서 정상적이지 않은 댓글이란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어차피 '비인간'들이겠거니 넘어간다해도 께림칙한 건 사실. 과거 일베에서 생산한 자료들이 키보드 워리어가 생산한 퀄리티가 아니었음을 상기하고, 또 정부기관 등등 관련된 인과관계가 어렴풋 밝혀지기도 했으니 이번 '미투-문정권' 연결 프레임이 온라인 자연발생적 흐름이라고 보기엔 어려웠다. 


김어준 발언을 냅다 물어 와전시킨 언론에 힘입어 문제가 커졌고, 김어준은 자신의 의도대로 이슈가 됐음을 말하며 씁쓸하지만 성과는 거뒀다는 뉘앙스를 전한다. '미투-문정권' 프레임은 실제 힘을 잃었다. 그런데 이번 안희정 사건을 놓고 새삼 김어준 발언을 인용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진보를 겨냥한 설계가 작동했다는 것, 이런 소문의 진원은 안 지지자이거나 소위 스스로를 '진보'라 생각하는 사람들 입이다. 이 또한 상식적이지 않다. 안의 범죄를 저질렀고, 최근 미투 흐름 때문에 뒤늦게 밝혀지게 된 것이다. 처벌받아야 할 범죄가 밝혀진 것, '정치'와는 무관하다. 


이 사실을 밝힌 정무비서는 지금까지의 사회적 지위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안이 가진 '자산'이 많았던 만큼 몰려든 사람이 많고, 장밋빛 미래를 기대한 사람도 많을 것인데 모든 게 물거품이 됐으니 분노를 풀 곳은 사건의 진실을 밝힌 피해자뿐. 알듯 말듯한 2차 가해가 이루어질 테고, 사실 2차 가해의 주범은 대부분 남자일 것이다. 안이 머무른 지형의 정치판도, 더 넓은 범위의 '진보' 진형도 남성중심 권력구조를 기초로 쌓아 올린 '탑'이기 때문이다. 도덕, 정의를 외치지만 늙고 젊은 '진보' 꼰대들이 존나 많다. 그 바닥에서는 미투가 터지기 이전에도 꾸준히 자성의 목소리가 있었다,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는 건 여성에게 불합리한 사건이 있었고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말과 행동은 일치하기 어렵다. 


정무비서 말대로 피해자는 더 있을 것이다. 안이 초범일 리 없다. 어느 날 갑자기 사랑을 느껴 자신의 비서를 범했다고? 웃기게도 그 바닥에서 더 높은 명망을 가진 남자가 원하는 여자를 가질 수 있다는 동물집단적 분위기도 은연중 있었다. 남자 영웅이 돈, 명예, 여자를 다 갖는 옛날 영웅담처럼 말이다. 안만 그랬을까, 그럴리 없다. 안의 사건이 밝혀진 건 우리 모두에게 좋은 일이다. '진보' 쪽 명망가가 더 날라간다면 그건 더욱 좋은 일이다. 미투는 진형의 문제도, 정치권의 문제도 아니다. 1차적으로 가해자와 피해자가 있는 성범죄고, 성범죄가 발생된 한국 사회의 가부장적 권력구조의 문제다. 피해자가 보호받고, 가해자가 처벌받으며 가부장적 질서가 해체될 때 그 파급 효과가 사회 전반으로 퍼져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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