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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을 위한 만화라고 하면 야한 거 아냐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야한 장면은 하나도 나오지 않습니다. 19금 만화도 아닐 텐데 아마? 다만 사람 죽는 장면은 많이 나오긴 합니다. 잔인한 장면도 아니고...


그럼 뭐가 어른들을 위한 만화란 말이야?








카우보이 비밥은 전반적으로 쓸쓸합니다. 주된 정서가 열정, 우정, 사랑, 미래, 화이팅 이런 게 아니라 쓸쓸함입니다. 과거에 대한 이야기죠. 여기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다 과거에 붙잡혀 사는 사람들입니다. 아닌 척하지만 그들 서로는 서로에게 중요한 사람들이지만, 쉽사리 다가가지 않습니다. 그들이 다시 과거가 되길 바라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카우보이 비밥은 26화라는 짧으면 짧다고 할 수 있는 이야기 속에서 캐릭터들은 자신들의 과거와 마주합니다. 흔적들만 보이던 과거의 단편들은 어느새 그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그들을 다시 옭아매려 합니다. 하지만 캐릭터들은 과거에 붙잡혀 살지만, 다시 나타난 과거로 돌아가지 않고 지금의 자리로 돌아옵니다.







지금의 시간을 인정한다고 해서 과거의 시간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렇게 그들은 과거의 시간을 껴안고 살아가기로 합니다. 과거의 시간을 다시 현실의 시간으로 맞춘 후 이전의 방식과 다름없이 살아갑니다. 하지만 이전과 다릅니다. 그중에 단 한 명, 주인공 스파이크만은 과거에서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그의 눈에 새겨진 그 과거가.


아무렇지도 않을 것만 같은 이별, 헤어짐의 순간을 캐릭터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감정을 드러내지도 않으며 담담히 맞이하듯 보입니다. 하지만 그 담담한 모습에서 우리는 더 큰 울림을 받습니다. 그게 과거를 켜켜이 쌓으며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들이기 때문입니다. 







나이가 들면 뒤를 돌아보며 산다고 합니다. 앞을 보기보다 지나온 추억을 곱씹게 되는 것이죠. 그렇게 과거를 곱씹는다해도 현실의 시간은 지나갑니다. 과거가 남긴 어떤 흔적들은 그 색바램 때문에 쓸쓸하게 마음에 한 켠에 스산한 바람을 남깁니다. 







카우보이 비밥이 과장되어 있지 않은 연출 때문에 재미없다고 느낄지 모릅니다. 가끔 과한 액션이 연출된듯 보이기도 하지만 현실성 담긴 액션 속에서 우리는 리얼리티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폭력을 위한 폭력이 아닌 걸 알기 때문에 그들의 폭력 속에서도 시끄러움과 유혈을 느끼는 게 아니라 그 어떤 쓸쓸함을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들은 또 그렇게 살아가겠죠. 누군가와는 헤어지고, 남겨진 자는 살아가고. 카우보이 비밥은 블루지한 멋진 음악들 속에서 진득진득하게 촌스러운 인간들의 모습을 멋들어지게 그려낸 수작입니다. 1998년에 만들어졌지만, 카우보이 비밥 속에 담긴 세련됨은 지금의 싸구려 화려함이 감히 흉내낼 수 없는 수준을 가지고 있습니다.  







점점 어른들을 위한 만화가 없어지고, 콘텐츠도 없어지는 시절 과거를 떠올릴 수밖에 없게 만드는 걸작 애니메이션 카우보이 비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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