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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가 드디어 검찰 포토라인에 섰다. 적폐 청산이란 이름으로 지난, 지지난 정부에서 벌어진 사건들을 하나하나 쫓아가며 도달한 곳은 MB였다. MB 이후 또 다른 적폐 청산은 이어지겠으나 정치적 적폐 청산은 정점을 지나 내려올 것으로 보인다. MB의 검찰 출석은 논리적 귀결이라고 느껴질 만큼 많은 사건들이 그를 가리키고 있다. 무엇이 인정되고 법적 처벌을 받을지 모르지만 탄핵 이후 사회가 조금 변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체감한다. 


MB에게 걸린 혐의는 너무도 많다. 대통령으로 한 짓인지, 자연인으로서 한 짓인지 구별되지 않는데 목적은 돈뿐이었던 것 같다. 그가 명예를 가졌다고 생각하는 척도는 돈이었나 보다 싶다. 높은 자리에서, 낮은 자리에서 그는 항상 돈을 탐했다. 정치적 모략은 돈을 지키기 위한 행동이고, 돈을 벌기 위한 행동을 읽힌다. 이미 다 쓰고도 못 죽을 만큼 돈을 가졌을 텐데 사람의 물욕이란 끝이 없는 건가. 돈에 휘둘려 주변 사람들이 등을 돌리고 말았던가.





박근혜 시절 놀랐던 건 이명박에 비해 정치력 수준이 너무 투박해서 였다. 실수가 잦고, 언어는 세련되지 않았다. 탄핵 후 돌아보면 국가 공백 상태가 아닐까 싶을 정도였는데, 무능하다 정도로 느꼈으면 다행인 건가. 박근혜는 이명박이 만든 방송 장악과 국가 기관을 동원한 여론 조작 수법을 사용해 정권을 유지했으나 정권이 채 끝나기도 전 사건들이 수면으로 떠올랐다. 그에 반해 이명박은, 예전 나꼼수에서 자주 사용했던 표현을 빌리면, 디테일했다. 정권을 안정시키기 위한 방법과 퇴임 후 정권 유지를 위한 각고의 노력은 대담했다. 그는 성공적으로 정권을 넘겨줬으나 후임자의 무능에 예기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JTBC 뉴스룸의 손석희는 몇 달 전부터 MB 관련 소식을 전할 때마다 '검찰의 수사가 MB를 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MB가 수사 대상에 오를지 주목됩니다' 등등 종장에는 결국 MB가 수사 받을 것을 바라듯 보도했다. 사실, 처벌 받는 게 당연하다고 들렸다. 나 역시 MB가 수사 받고 정당한 처벌 받길 원하지만 당시 피의자로 지목된 상황도 아니었기에 손 앵커의 발언은 들을 때마다 불편했다. MB는 희대의 사기꾼이고 도둑놈이라고 생각함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손으로 뽑은 대통령이기도 하다. 탄핵은 기뻤지만 민선 대통령이 그정도 인물이란 사실에 안타깝기도 했다. MB도 말년이 사납고, 역대 대통령들 모두 자의든 타의든 사나운 퇴임 후를 겪었다. 이는 우리 나라 현대사에 분명 불행한 일이다. 


MB는 이리저리 빠져나가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할테고, 죄목 중 몇 개나 인정될지 한참 시간이 흐른 후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나라 대통령의 잔혹사가 부디 여기서 마무리 되길. 그의 말처럼 다만 바라건대 역사에서 이번 일로 마지막이 됐으면.


이명박 발언 전문


『저는 오늘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무엇보다도 민생경제가 어렵고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환경이 매우 엄중할 때 저와 관련된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서 대단히 죄송합니다. 또한, 저를 믿고 지지해주신 많은 분들과 이와 관련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분들에게도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물론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습니다마는 말을 아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하고 있습니다. 다만 바라건대 역사에서 이번 일로 마지막이 됐으면 합니다. 다시 한 번 국민 여러분들께 죄송스럽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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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길처럼 일어나는 미투에 새롭게 밝혀진 사실이 무엇인지, 또 어느 분야에서 폭로가 이어지는지 따라가기도 어렵다. 시간이 많이 지난 일들, 증거를 찾기 어려운 일들은 법적인 처벌을 받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때가 되면 미투를 불쾌하게 바라보던 사람들은 그것 봐라 다 거짓말이지 않느냐라고 말할 테다. 남궁연 같은 경우는 그런 일이 없다며 강경대응하고 있다. 법적 효력을 갖는 증거가 전혀 없다면 처벌 받지 않을 수도 있다. 그걸 알고 당당하겠지만. 여러 명의 입에서 드러난 그의 행각은, 드러나지 않은 피해자들까지 감안한다면,  사회적으로 용서 받기 어려울 것이다.


운좋게 서지현 검사의 JTBC 인터뷰를 라이브로 봤다. 라이브로 잘 보지 않는데 어쩜 그날 그 인터뷰를 라이브로 봤을까. 서지현 검사는 인터뷰내내 긴장하고 떨었다. 보는 나도 그 대단한 폭로에 조금 떨렸다. 인터뷰 부분부분을 수차례 다시 봤다. 우리 사회에서 굉장히 중요한 인터뷰가 될 것이다란 생각은 했지만 그 폭발력이 이렇게 강할 줄 몰랐다. 서검사의 인터뷰는 트리거에 불과했던 것이겠지. 이전부터 이슈가 된 페미니즘의 주요 아젠다는 사회적 차별이었다. 한국사회의 많은 남성은 여성에 대한 사회적 차별을 추상적 사건으로 받아들였고, 페미니즘을 조롱했다. 여성의 사회적 차별 그 이면에는 이미 성폭력 문제가 기초 되어 있었다. 서검사의 입을 통해 말할 수 없던 분노가 물꼬를 터 새어 나왔고, 여성들이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을 시작했다. 부정할 수 없는 사건 앞에서 남자들은 입을 다물거나 응원할 수밖에 없게 됐다. 


서검사의 일은 여성이 남성에게 당한 성추행이다. 사건의 본질을 덮고 있던 건 검사 조직내 남성중심적이며, 수직적 권력 구조였다. 무려 8년 동안이나 한 검사는 자신이 당한 부당한 일에 침묵해야만 했다. 사건을 폭로하는 시기가 어느 때라도 상관 없이 밝혀져야 할 일이지만, 지금 서검사가 용기내 말할 수 있는 건 바뀐 사회 분위기 때문일 것이다. 새롭게 들어선 정부의 영향으로 검사 조직 내에도 변화가 감지 됐을 테고, 서검사의 폭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리라 짐작한다. 





문화라고 해야 맞는 말이지만 너무 상위개념의 단어라 '분위기'라고 표현하는 그것. 소통, 수평적, 인권, 정의 등등 수많은 단어들이 수식어로 떠오르지만 무엇도 명확하게 설명하기 어려운 사회적 '분위기'. 문정부는 검사 권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혹은 변화시키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며 새로운 분위기를 조성했다. 잘못된 것을 잘못된 것이라 말하지 못했던 걸 말할 수 있게 만든 분위기. 지난 정부, 지지난 정부에서 벌였던 잘못된 일을 들춰내며 말할 수 없던 걸 말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 효과는 사회 곳곳으로 퍼져나가고 있음이다. 


누가 이재용이 감옥에 들어갈 거라 상상했을까. 삼성이 이처럼 구설수에 오를 것이라고 감히 상상하기 어려웠다. 실체의 일부가 드러난 것일 테지만 한국은 '삼성공화국'이란 표현이 어색하지 않은 나라다. 2심의 판결은 역시 한계가 있나란 실망을 느끼게 했지만 2심까지 가는 과정은 삼성이 쌓아 올린 아성을 흔들기에 충분했다(이건희의 성매매 동영상도 중요한 사건). 이재용이 감옥에 들어가기 전 대통령이라는 최고 권력자에게 시시비비를 물었고, 암막에 가려진 비선실세와 법정에 세웠다.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말할 수 있었다. 추상적인 표현에 답답했던 사건이 날 것으로 사람들 앞에 나타난 것이다. 


탄핵을 때 많은 사람들이 떨림을 느꼈을 것이다. 그 순간의 변화도 컸지만, 1년이 지나 이제 우리는 진짜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몇 달간 언론의 단골 소재였던 MB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 통보 받았다. 많은 사람들이 속으로만 끓였던 일이 현실이 됐다. MB에 대해 굳게 입다물던 이들이 말하기 시작하며 날 것이 드러나길 고대한다. 


미투에 차기 대권주자 안희정이 날라가고, 고은, 박재동, 김기덕이 날라가도 괜찮다. 미투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말하지 못했던 걸 폭로하는 나날이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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