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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만에, 아니 두 번째 라이브 클럽데이에 다녀왔다. 라이브클럽데이는 매주 마지막 금요일 홍대 인근 라이브클럽에서 여러 밴드들이 공연을 펼치는 하루 동안의 락페스티벌이다. 오랫동안 명맥이 끊겼다가 2015년 다시 부활해 관객들에게 좋은 음악을 선사해주고 있다. 








11월 라이브클럽데이에서 본 팀은 3팀이다. 첫 타임의 하수상, 두번째 타임의 서울전자음악단, 세번째 타임 밥 먹고, 네번째 타임의 슈퍼키드. 간단히 총평하자면 하수상은 건저 낼게 많은 팀이긴 하지만 아직 밴드로서의 완성도는 조금 부족했다. 서울전자음악단은 역시 격이 달랐다. 슈퍼키드는 '끝났다'.








그래, 슈퍼키드부터 말해보자. 이 날 그들의 선곡은 물론 신나는 노래가 없었다. 그래서 감성적이거나 감동을 주었나? 그렇지 않다. 악기를 다루는 맴버들의 개개인은 훌륭한 연주는 다 모였을 때 무난한 세션의 모습이었을 뿐이었다. 기타의 매력도, 드럼 건반 베이스의 매력도 두드러지지 않았다. 이들이 오래했기 때문에 더욱 두드러짐 없이 매끄러운 연주를 보여줬다. 그 매끄러움은 부정적인 매끄러움이다. 개성이 없단 소리다. 







밴드의 중심은 두 보컬에게 있었다. 슈퍼키드의 잘 알려진 얼굴마담 허첵. 그리고 그날 처음 본 다른 보컬 징고. 노래는 징고가 잘했다. 허첵의 목소리는 개성이 있지만 잘 한다고 느낄 수 없다. 스피디하고 신나는 노래를 하면 허첵의 똘끼가 더 잘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이날의 선곡 리스트에서 허첵이 할 수 있는 건 거의 없었다. 징고의 보컬은 좋았는데 잘생기기까지 했다. 그래서 그런지 아주 깔끔한 보컬이었다. 적당히 기교 섞인, 다소 케이팝스러운, 오버그라운드스러운 그런 보컬이었다. 


오늘 확인해 보니 2014년 3월에 슈카카, 세버라는 멤버들이 탈퇴하고 지금은 두 보컬과 베이스 헤비포터만 남았다. 아마 나간 멤버들이 악기 파트의 멤버들이겠지. 이들은 새 싱글을 발표하고 새 앨범도 내놓을 것 같은데 이런 홍대스럽지도 않고, 그렇다고 엔터테인먼트사의 작곡가들과 겨룰만한 오나성도나 트렌디함은 없을 것이고, 미친 듯한 연주나 보컬을 보여줄 수도 없을 텐데. 슈퍼키드의 색깔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그들 스스로 쌓은 유산을 걷어차고 싶다면 보다 파격이 필요할 거다. 지금처럼 한다면 오래도록 계속 해먹을 수야 있겠지만 이미 한계에 다달았다. 이대로 있으면 끝장이다. 사실, 이미 끝장인 것 같지만. 







하수상은 라이브클럽데이에 새로이 초대된 밴드였다. 경연을 펼쳐 이기고 올라왔다는 걸로 알고 있었다. 음원을 들어보니 괜찮았다. 특히 팔로알토와 작업한 새 싱글이 맘에 들었다. 그런데 이들은 3인조로 드럼과 베이스가 없었다. 새 싱글의 매력은 팔로알토를 품은 베이스 & 드럼의 묵직함이었는데. 블루스 기반의 밴드여서 그런지 더욱 어느 허름한 블루스 클럽에서 들을 수 있을 듯한 음악과 어쿠스틱한 느낌이 날 수밖에 없었다. 멤버들의 개성과 실력은 의심할 게 없겠는데, 보컬의 말대로 드럼과 베이스를 구해 5인조로 활동한다면 본래의 멋진 음악을 라이브로 관객들에게 선사해줄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서울전자음악단은 볼까말까 싶었는데, 다들 거기로 가길래 따라 갔다. 이번엔 짧은 공연 타임과 다른 분위기여서 그런지 꽤 다이나믹하고 빠른 연주를 선보였다. 빨리 달아올랐다는 표현이 적절하겠다. 신윤철의 기타는 말할 것도 없고 이날 이봉준의 베이스가 아주아주 좋았다. 이 엄청난 기타 베이스를 조율하는 손경호의 드럼 실력 역시 더 언급할 필요가 없다. 이들은 격이 다르다. 그걸 다시 한 번 느꼈고, 이들 공연을 볼까말까 주저한 내가 잘못했음을 밝힌다. 이들을 의심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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