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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길처럼 일어나는 미투에 새롭게 밝혀진 사실이 무엇인지, 또 어느 분야에서 폭로가 이어지는지 따라가기도 어렵다. 시간이 많이 지난 일들, 증거를 찾기 어려운 일들은 법적인 처벌을 받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때가 되면 미투를 불쾌하게 바라보던 사람들은 그것 봐라 다 거짓말이지 않느냐라고 말할 테다. 남궁연 같은 경우는 그런 일이 없다며 강경대응하고 있다. 법적 효력을 갖는 증거가 전혀 없다면 처벌 받지 않을 수도 있다. 그걸 알고 당당하겠지만. 여러 명의 입에서 드러난 그의 행각은, 드러나지 않은 피해자들까지 감안한다면,  사회적으로 용서 받기 어려울 것이다.


운좋게 서지현 검사의 JTBC 인터뷰를 라이브로 봤다. 라이브로 잘 보지 않는데 어쩜 그날 그 인터뷰를 라이브로 봤을까. 서지현 검사는 인터뷰내내 긴장하고 떨었다. 보는 나도 그 대단한 폭로에 조금 떨렸다. 인터뷰 부분부분을 수차례 다시 봤다. 우리 사회에서 굉장히 중요한 인터뷰가 될 것이다란 생각은 했지만 그 폭발력이 이렇게 강할 줄 몰랐다. 서검사의 인터뷰는 트리거에 불과했던 것이겠지. 이전부터 이슈가 된 페미니즘의 주요 아젠다는 사회적 차별이었다. 한국사회의 많은 남성은 여성에 대한 사회적 차별을 추상적 사건으로 받아들였고, 페미니즘을 조롱했다. 여성의 사회적 차별 그 이면에는 이미 성폭력 문제가 기초 되어 있었다. 서검사의 입을 통해 말할 수 없던 분노가 물꼬를 터 새어 나왔고, 여성들이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을 시작했다. 부정할 수 없는 사건 앞에서 남자들은 입을 다물거나 응원할 수밖에 없게 됐다. 


서검사의 일은 여성이 남성에게 당한 성추행이다. 사건의 본질을 덮고 있던 건 검사 조직내 남성중심적이며, 수직적 권력 구조였다. 무려 8년 동안이나 한 검사는 자신이 당한 부당한 일에 침묵해야만 했다. 사건을 폭로하는 시기가 어느 때라도 상관 없이 밝혀져야 할 일이지만, 지금 서검사가 용기내 말할 수 있는 건 바뀐 사회 분위기 때문일 것이다. 새롭게 들어선 정부의 영향으로 검사 조직 내에도 변화가 감지 됐을 테고, 서검사의 폭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리라 짐작한다. 





문화라고 해야 맞는 말이지만 너무 상위개념의 단어라 '분위기'라고 표현하는 그것. 소통, 수평적, 인권, 정의 등등 수많은 단어들이 수식어로 떠오르지만 무엇도 명확하게 설명하기 어려운 사회적 '분위기'. 문정부는 검사 권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혹은 변화시키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며 새로운 분위기를 조성했다. 잘못된 것을 잘못된 것이라 말하지 못했던 걸 말할 수 있게 만든 분위기. 지난 정부, 지지난 정부에서 벌였던 잘못된 일을 들춰내며 말할 수 없던 걸 말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 효과는 사회 곳곳으로 퍼져나가고 있음이다. 


누가 이재용이 감옥에 들어갈 거라 상상했을까. 삼성이 이처럼 구설수에 오를 것이라고 감히 상상하기 어려웠다. 실체의 일부가 드러난 것일 테지만 한국은 '삼성공화국'이란 표현이 어색하지 않은 나라다. 2심의 판결은 역시 한계가 있나란 실망을 느끼게 했지만 2심까지 가는 과정은 삼성이 쌓아 올린 아성을 흔들기에 충분했다(이건희의 성매매 동영상도 중요한 사건). 이재용이 감옥에 들어가기 전 대통령이라는 최고 권력자에게 시시비비를 물었고, 암막에 가려진 비선실세와 법정에 세웠다.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말할 수 있었다. 추상적인 표현에 답답했던 사건이 날 것으로 사람들 앞에 나타난 것이다. 


탄핵을 때 많은 사람들이 떨림을 느꼈을 것이다. 그 순간의 변화도 컸지만, 1년이 지나 이제 우리는 진짜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몇 달간 언론의 단골 소재였던 MB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 통보 받았다. 많은 사람들이 속으로만 끓였던 일이 현실이 됐다. MB에 대해 굳게 입다물던 이들이 말하기 시작하며 날 것이 드러나길 고대한다. 


미투에 차기 대권주자 안희정이 날라가고, 고은, 박재동, 김기덕이 날라가도 괜찮다. 미투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말하지 못했던 걸 폭로하는 나날이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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