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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는 어디로?

 

어쩐 일인지 왓챠에서 공급한 <귀멸의 칼날: 환락의 거리>. 넷플릭스에서 1기와 극장판이 꽤 인기 있었는데 이번 시즌은 공급하지 않는 걸 보니 의외였다, 넷플릭스에서는 공급하고 싶어 했을 것 같은데... 요즘 여러 OTT 플랫폼에 치이는 왓챠로서는 큰 호재인 셈. 역시나 업로드 내내 왓챠 순위 123위를 오가는 모습을 보였다.

 

애니메이션 불모지 한국에서 귀멸의 칼날 TV판 1기와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은 큰 성공을 거두었는데, 일본에서는 가히 신드롬이라 불릴 만큼 압도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자세한 내용은 나무위키에 정리돼 있으니 한 번 훑어보는 걸 추천한다, 일본 문화계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정도는 알아두면 좋을 듯. 원피스의 아성을 넘었다는 얘기만 들었는데 세부 기록을 보니 눈이 뒤집힐 정도였다. 한편으로는 이 정도는 돼야 한국에서 어느 정도 인지도가 생기는 건가 싶기도 하다.

 

귀멸의 칼날 애니메이션을 보려한다면 TV판 1기 -> 무한열차 -> TV판 2기 순서로 보면 된다. 나머지는 TV판을 편집한 것이라고 하니 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만화책은 완결된 지 한참이니 궁금하면 잘 찾아보시길.

 

어마어마했던 음주와 상현6의 대결

 

비주얼은 극강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과 마찬가지로 보스급 상현 혈귀와의 전투씬이 기가 막혔다, 코도 막혀 숨 쉬는 걸 잊어버릴 것 같았다. 탄탄한 작화에 캐릭터의 동선과 카메라 워킹, 이펙트를 섞어 연출한 전투씬은 속도감과 긴장감을 주며 볼거리로서 최고의 만족감을 주었다. 애니메이션을 딱히 즐겨보지 않아 애니메이션의 연출이 이 정도 수준까지 올라왔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전투 장면의 연출만 압도적이었단 얘기는 아니다, 화면 구도와 장면장면의 넘김과 받음 역시 부드러우면서 기교가 엿보였다. '실사' 영상이 따라갈 수 없는 애니메이션의 독특한 세계를 잘 구현했고, 과연 일본의 애니메이션은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하나의 장르라는 걸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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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멸의 칼날 원작의 작화는 사실 별 볼 게 없다. 데뷔작이라서 그런지 선이 거칠고 디테일이 어수선한 느낌이었는데, 애니메이션은 그런 단점을 잘 보완한 것 같다. 귀멸의 칼날이 인기가 많은 건 어짜피 그림체가 훌륭해서가 아니라 캐릭터가 잘 살아있기 때문이다. 시대는 지났지만 한 때 '원나블'이라 불리던 작품이나, 국내 웹툰 플랫폼에서 잘 나가는 작품 대부분은 잘 만든 캐릭터가 개성을 뽐내며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이젠 스토리의 뛰어난 개연성이나 반전보다 캐릭터 그 자체의 힘이 작품의 인기를 가늠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귀멸의 칼날 등장인물이 적다 할 수 없는데, 뛰어나지 않은 작화지만 등장인물을 구분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외모나 성격, 고유한 기술 등 캐릭터 간 차별성이 잘 살아 있기에 원작 후반부 대규모 전투씬에서도 혼란스러움이 많지 않았다. 특히 흑백 코믹스로 발행하는 일본 만화의 경우 작붕이 일어나면 뭐가 뭔지 나도 몰라에 부딪힐 수 있지만(컬러 웹툰이라고 다를 게 있겠냐만은), 귀멸의 칼날을 돌아보면 그림을 못 알아봐서 느낀 어려움은 없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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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소리 좀 그만 질러줘...

 

이야기 밀도는 그저 그런

 

귀멸의 칼날: 환락의 거리편은 굳이 11화나 만드는 게 맞나 싶었다. 사실 내용이랄 것도 거의 없는데, 주인공 일행이 유곽에 침투해 범인을 색출하고 검거하는 내용이다. 특별히 추리랄 것도 없었고, 반전이랄 것도 없다. 그래서인지 과거 회상씬이 참 많다, 무의미한 대사도 많고. 집에서 보기 좋은 건 스킵할 수 있다는 거.

 

인간과 뱀파이어의 대립은 워낙 오래된 소재라 새로운 철학적 논점을 만들기 어렵고, 귀멸의 칼날이 성인용 만화가 아니기 때문에 무거운 주제 의식을 담을 필요도 없다. 독특한 시대적 배경에 가미한 판타지, 귀살대와 여동생으로 상징되는 동료애와 가족애가 중심축으로 그마저도 보편적인 인류애 그 이상의 것은 없기에 놀라운 시사점 같은 건 없다. 허나 아는 맛이 무섭다고, 익숙하기 때문에 깊게 발 담그지 않고 적당히 넘어가도 이해가 된다. 귀멸의 칼날의 장점은 시원시원한 전개인데, 작가는 서로 알고 있는 '아는 맛'을 충분히 활용해 자칫 질질 끌리고 무거워질 수 있는 작풍을 '소년 만화'라는 틀 안에 잘 넣음으로써 이와 같은 성공을 거둔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급 네즈코

 

화려한 비주얼에 묻혀 주목받진 않지만, 전체 구성을 10화로 하든 상현 모임을 담아 3기를 예고하는 12화로 구성했어야 했다. 2기의 내용은 극장판 무한열차편 볼륨과 다르지 않다. 플레잉 타임 100분으로 가능할 걸 11화로 늘리다 보니, 볼거리는 늘었다지만, 몸집이 비대해져 군더더기가 많아졌다는 것. 부분부분 장면이 늘어질까 싶어 젠이츠나 이노스케의 대사와 리액션을  과하게 줬는데 이는 좀 거슬렸다. 2기 제작 당시 3기 제작이 확정되지 않아 이렇게 애매하게 끊었나 싶은 생각도 들고.

 

이 정도가 딱 좋은 듯

 

 

만화책은 완결날 때 거의 동시에 봤던 것 같은데, 지금 애니메이션 내용은 전혀 기억이 안 난다. 마치 새로운 작품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캐릭터의 성격이나 사용하는 기술 정도만 기억에 남아 애니메이션을 보는데 오히려 좋을 지도? 앞서 말했듯 작품의 방점이 거기에 찍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뒷 내용이 궁금하면 만화책도 길지 않기 때문에 봐도 좋을 것 같다, 귀멸의 칼날 애니메이션의 방점은 비주얼 만족에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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