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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리오는 칸을 비롯 여러 영화제에서 좋은 평을 받았다하여 조그마한 입소문을 타던 영화였다. 그리고 한국에도 개봉했다. 그 소문은 진짜였다. 이 영화는 진짜다.







시카리오는 멕시코의 후아레스라는 동네를 배경을 벌어지는 권력의 암투를 그리고 있다. 마약시장의 질서를 잡기 위해 현재 권력자를 제거하려는 계획을 세운 미정부. 이 작전에서 주연을 맡은 후아레스. 그리고 들러리를 서게 된 여주인공 케이티. 그들은 각 자의 입장을 위해 후아레스를 둘러싼 작전에 참여한다. 그리고 우리는 케이티의 시선을 통해 우리가 알지 못하는 '늑대의 세계'를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거기엔 법이 없다. 승자가 살아남는 양육강식의 세계다. FBI의 유능한 케이티는 목숨이왔다갔다 하는 현장에도 투입된 적 있는 요원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 빛의 세계였다. 총알이 자신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가는 것조차 빛의 세계인 것이다. 한 발만 잘 못 딛으면 그대로 죽는, 아니 가만히 있는 것만으로도 죽음을 맡이 하게 되는 음의 세계가 존재하고 있었다. 케이티는 그동안 자신이 살고 있는 빛의 세계의 질서와 정의가 곧 기준이었지만, 다른 세계에서 살고 있는 이들에게 그건 어린애 장난감에 불과했다. 










혼란이 연속되는 가운데 FBI에서 유능하다고 생각했던 케이티는 용병들 사이에서 초짜 취급을 받는다. 실제로 그녀와 그녀의 파트너는 초짜였다. 그들의 여유는 그녀가 도달할 수 없는 영역의 삶을 살고 있는 자들의 것이었고, 그녀는 가질 수 없는 것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일개 체스판 위의 말이 되어 버린 케이티. 감독은 히로인으로 거듭날 것이라 생각한 관객들의 기대를 모두 무시하고, 이게 바로 현실이라며 묵직한 영상을 보여준다. 








시카리오는 반복적으로 황량하고 건조한 멕시코의 사막을 보여준다. 그리고 후아레스는 멀리서 보았을 때 정적이어 보이지만 그 안에서는 이루 말할 수 없는 혼돈이 자리한 곳이다. 아무것도 없을 것만 같아 보이는 그 사막에서 빛의 세계를 조종하는 이들의 현실이 펼쳐져 있다. 정말 아무것도 없을 것만 같은 그곳에서, 그 황량함 속에서. 그곳에서 살아가고 있고 살아남는 이들은 있다. 









주요 캐릭터들은 모두 이중적인 면을 가지고 있다. 그걸 표현해내는 배우들의 솜씨가 노련하다. 관객들을 사로잡기에 전혀 손색이 없다. 그리고 가슴을 옥죄는 음악, 현장에서 바라보듯 시선과 장면을 이끄는 카메라의 워킹, 느린 듯 어느새 사건을 진행시키는 편집의 오묘함까지. 어디 하나 흠잡을데 없는 대단한 영화다. 시카리오는 2015년을 대표하는 영화에 당당히 이름을 올릴 자격을 갖춘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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